본문 바로가기

길 위의 사람들

여기 사람이 있다


012345678910111213141516171819202122232425262728293031323334353637383940

2009년 1월 20일,
추운 겨울 날이었다.
세상 끝자락의 망루위에서 당신의 가족들에게 두 팔로 하트를 그리며 자신은 건강하다며 아무 걱정말라던 용산 4구역 주민들의 삶의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골목길 고깃집에서 고기를 굽고 따듯한 커피 차 한잔을 팔고 시끌버쩍한 호프집을 운영하던 그네 들이 어쩌다 건물위 망루까지 짓고 올라가게 되었는지, 누구 등에 떠밀려 그렇게 추운날 그 곳에서 밤을 지샐 수 밖에 없었는지.... 자신의 몸이 뜨거운 불에 녹아내리고 있을때 그들은 알고 있었을까?
생각조차 할 수 없었을 그 시각, 어쩌면 평생을 '생각' 과는 거리가 먼 그들의 삶이 었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전화를 주고받으며 그 무고한 사람들을 테러리스트로 만들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또 어떤 이들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 편안히 밤을 보내고 있었으리라. 밤을 밝히던 불기둥이 잠잠해지고 도시의 빌딩 사이로 해가 떠오르자 세상은 숯검뎅이 주검이된 그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난쏘공」의 저자 조세희 선생은 '용산참사'를 일컬어 '학살' 이라 했다. 이어 "우리가 어제 철거민들에게 직접 물을 뿌리고 뜨거운 화염속에 죽인것은 아니지만 그런 범죄와 학살을 미리 막지 못한건 우리의 책임" 이라 말했다.
그렇게 마음 속 무거운 짐을 하나 지고 한 해를 보냈다. 비와 함께 눈물 한줄기, 뜨거운 아스팔트 더위 위에 한숨 하나 던지며 남은 이들은 그 곳을, 그 학살지를 지켰다. 우리 사회의 자본과 권력의 비인간적 모습을 지켜보았고, 서로가 서로를 지키며 견뎌 싸워낸 그 한해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다섯 분의 영혼을 하늘 나라로 보낼 수 있었다. 장례를 치르던 그 날, 눈을 맞으며 또 한번 울어야 했다.
그 날 난장이들의 외침은 분명 그 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30년전도 2년전도 그리고 지금도 난장이들이 살아가고 있고  우리는 그 날의 불에 탄 우리들을 잊지않고 살아가야 한다. 기억하는 것에서 부터 싸움은 시작되고 손잡는 것에서 승리가 시작된다고 믿는다. 아직 억울하게 구속되어 있는 이들과 밝혀지지 않는 수사기록 3000쪽, 책임자 사죄와 처벌을 위해 오늘을 기억하자.

2011년 오늘.
올 겨울이 유난히도 추운 이유는  '여.기.사.람.이.있.다.'  고 절규했던 그들의 마지막 목소리를 우리의 가슴속에서 지워버렸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는 지금 가장 아픈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