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된 사람들이 있다.
봄이 오면 어김없이 흙을 엎고
무더운 때앙볕에 살갗을 태우며 여름을 나며
가을이면 풍성한 곡식에 흐르는 강과 푸근한 땅에 감사드릴 줄 아는 사람들.
겨울엔 멀리서 찾아오는 벗들과 술을 나누고 이야기 꽃을 피우며 찬바람을 이겨내는 사람들.
그러던 어느날,
그 들의 강과 그 들의 땅을 내놓으라는 으름장에 한 사람, 두 사람씩 떠나갔다.
고요하기만 한 그 땅에 포클레인의 기계음이 울리더니 사람들 사이로 무거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땅을 지키고 그 강을 지키는 것이 우리 모두를 지키는 것이라 믿은 단 몇 사람만이 남아
그 땅과 운명을 같이 하기로 하였다.
그리곤 나무가 되어
거기 그 땅에 뿌리를 내렸다.
조용히 귀 기울여 그들의 노래를 들어본다.
2011 두물머리